살다 보면 어디 한 군데 안 아픈 데가 없다.
40대가 되면 이 말이 마음 깊숙이 와닿는다.
예전엔 하루쯤 잠을 못 자도 멀쩡했는데 이젠 이틀은 퍼질러 자야 간신히 회복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와 여기저기 쑤시고 결리는 관절, 자잘한 피부 트러블까지 몸의 변화가 오기 시작하며 사소한 것들이지만 묘하게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쯤에서 중요한 질문 하나. “혹시, 내 몸속에 조용한 염증이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이 글에서는 내 몸속 불청객인 염증과 그와 맞닿아 있는 면역력에 대해 40대가 직접 느끼는 감각과 경험을 담아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언제부턴가 몸이 무겁다’는 그 느낌의 정체
나는 40대다. 하루 8시간 가까이 책상에 앉아 컴퓨터 업무와 글을 쓰고 주말이면 집안일에 허리가 휘청거린다.
예전 같으면 커피 한 잔이면 멀쩡했을 몸이 어느 순간부터 이유 없이 무겁고 더디다.
병원을 가도 별다른 이상은 없다.
의사는 “염증 수치가 살짝 높네요. 피로가 누적되셨나 봐요.”라고 말한다. 피로가 염증이라고?
알고 보니 만성염증은 생각보다 더 교묘하게 우리 삶에 숨어 있다.
면역력은 우리가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하는 '방패'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조율자’ 역할도 한다. 즉 면역력은 몸 안에서 벌어지는 염증이라는 작은 전쟁의 평화협상가인 셈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 협상가는 피곤해지고 둔해진다.
적절한 수준에서 염증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싸움을 이어가게 만든다.
몸이 무겁고 자주 붓고 이유 없는 피로가 가시질 않을 때 그게 바로 내 몸이 ‘도와줘’라고 말하고 있는 신호였다.
이젠 그 신호를 무시할 수 없다.
건강은 단지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충분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상태여야 하니까 말이다.
2. 나를 갉아먹던 것들은 습관이라는 이름의 염증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내 몸에 매일같이 염증의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아침을 거르고 카페인으로 배를 채운 날들과 야근 뒤 맥주 한 캔에 안주를 넘기며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착각하던 저녁들과 운동할 시간은 없다고 변명하며 하루 종일 앉아만 있던 생활들 그 모든 것이 나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특히 식단이 문제였다.
40대가 되고 나니 소화도 예전 같지 않다.
기름진 음식과 밀가루 음식 그리고 단 음식에 더 예민해졌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확실하다.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고 얼굴이 붓는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무너지면 면역력도 무너지고 그 틈을 타 염증이 자라난다.
스트레스는 또 어떤가. 감정을 억누르고 해결되지 않은 일들 속에서 마음이 들끓을 때 몸도 같이 들끓는다.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가고 면역력은 흔들리고 그 사이 염증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
흡연과 과음도 중년 염증의 주된 요인이다.
이들은 혈관을 손상시키고 면역 세포의 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장기적인 염증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원인들은 단기간에 바꿀 수는 없지만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 얼마든지 관리가 가능하다.
나는 이 모든 걸 이제야 깨닫고 있다.
조금은 늦었지만 그렇기에 더 간절히 말하고 싶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내가 만든 ‘사소한 습관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3. 염증을 밀어내는 생활의 디테일
변화는 거창하지 않았다.
하루에 한 끼라도 채소를 곁들이고 커피를 한 잔 줄이고 밤 12시 전에는 자는 날을 늘리는 것부터였다.
그런 작은 습관들이 쌓이니 어느 순간 아침이 가벼워졌다.
나는 매일 30분씩 걷기 운동을 한다.
이 시간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정리하는 의식 같은 시간이다.
가벼운 햇볕을 받으며 땀을 내면 몸이 ‘살아 있다’는 감각이 돌아온다.
이것만으로도 염증이 한 걸음 물러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음식은 되도록 자연 그대로를 먹으려 한다.
통곡물, 제철 채소, 등 푸른 생선, 견과류, 발효 식품을 즐긴다.
특히 고등어나 연어처럼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을 먹고 나면 몸이 덜 붓고 집중력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감정을 돌보는 것’이다.
40대는 겉으론 어른이어야 하지만 속은 여전히 흔들리는 나이다.
감정에 솔직해지고 나를 꾸짖기보다 다독이는 법을 배우며 스트레스를 줄여나갔다.
명상, 글쓰기, 좋아하는 음악 듣기 등... 이런 단순한 일들이 생각보다 염증을 막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결론: 이 나이, 건강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40대는 몸과 마음의 균형을 다시 세워야 하는 시기다.
염증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당신의 삶을 조금씩 무겁게 만들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멈춰 서야 할 때다.
면역력은 그저 ‘병 안 걸리는 힘’이 아니다.
내 삶을 살아낼 힘과 오늘도 버텨내는 힘이다.
염증은 그 힘을 갉아먹는다.
걷고, 웃고, 덜 먹고, 잘 자는 것의 시작으로 지금 당신의 하루에 작은 온기 하나를 더해보자.
그 단순함이야말로 가장 깊은 회복의 시작이 된다.